SK텔레콤 이프랜드 '메타버스 드라마'가 추구하는 것
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가 '참여형 메타버스 웹 드라마'라는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프랜드는 오는 9일 세계 첫 메타버스 웹 드라마인 '만약의땅'을 공개할 예정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인데 그 앞에 '참여형' '메타버스' '웹'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감으로써 도대체 그 드라마가 어떤 형태가 될지조차 상상하기 쉽지않다. 다만 몇가지를 짐작할 수는 있다. 웹(World Wide Web)이란 용어를 볼 때 인터넷에서 유통될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말을 통해서는 현실과 함께 가상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도 알 수 있다. '참여형'이란 표현을 통해서는 제작진과 시청자의 벽이 사라질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을 띠고, 어떻게 만들어지며, 그래서 어떤 효과를 얻을지를 알긴 어렵다.
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9일 공개될 '만약의땅' 1편을 미리 봤다.
■최종 결과물은 '애니메이션 + 게임'과 비슷한 형태
'만약의땅' 1화는 '사라진 남자친구'란 타이틀로 나간다. 스토리는 공개된 이후에 보면 알 것이다. 다만 지금으로선 그 형태가 더 궁금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결합해 놓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 다음 궁금해할 수 있는 것은 영상의 퀄리티다. SK란 대기업이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를 만든다는데 그 수준이 어느 정도 될 거냐는 질문과 비슷하다. 이를테면 넷플릭스가 만든 '오징어 게임' 같은 파괴력을 갖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
개인적인 견해지만 그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하다. 퀄리티가 프리미엄급 애니메이션이나 게임과 비교하면 훨씬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퀄리티 높지 않은 애니를 왜 메타버스 환경에서 만들까
'만약의땅'은 '오징어 게임'과 지향하는 바가 완벽하게 다르다. '오징어 게임'은 그 형태가 실사 드라마이고 '만약의땅'은 애니메이션에 가깝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단지 이것을 두 작품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더 근본적인 차이는 다른 데 있다. '오징어 게임'이 '최상의 보는 재미'를 추구하는 전통적인 영상 문법에 의한 것이라면, '만약의땅'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환경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새로운 경험의 핵심은 '참여'라는 두 글자로 표현된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많은 사람들이 '혁명'이라는 표현을 선사하는 까닭은 그것이 이용자들에게 과거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과 그 공간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아주 많은 새로운 경험이 있지만, 누구나 글을 써서 공개(네이버 블로그)하고, 개인이 방송을 진행(유튜브)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만약의땅'이 추구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누구나 아바타(avatar)를 통해 배우가 되고 서로 협력해서 드라마를 만들어보는 새로운 경험.
'만약의땅'은 그 '새로운 경험'을 알리는 실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의땅' PD를 맡고 있는 최민혁 SK텔레콤 메타버스CO 메타버스 개발담당(매니저)은 "이프랜드는 창조 욕구를 갖고 있고 그를 통해 인기를 얻고자 하는 분들께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며 "그렇게 만들어지는 작품은 이프랜드 뿐만 아니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다른 공간에서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과 방송의 비전문가였던 일반인들이 지금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 전문가 뺨칠 정도의 글과 영상을 쏟아내듯, 메타버스 관련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드라마 영역에서도 그런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최 PD는 "SK는 플랫폼 회사로서 그렇게 흥겹게 놀고 경험할 마당을 제공하는 한편 아바타 등 드라마 제작기술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PD는 특히 “3D 아바타를 꾸며 자신만의 부캐(부차적 캐릭터)를 가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부캐를 가지고 가상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현실과는 다른 새로운 소통을 할 수 있다는 특성을 활용해 드라마를 제작했다”며 “이프랜드 안에서 강연이나 모임, 고민상담 등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이뤄지지만, 좀 더 창조적인 이용자들은 상황극이나 연극 같은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만약의 땅'은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신이 갖고 있고 그래서 외부 말하고 싶은 스토리를 지금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고 표현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제작해 알리고 그 경험을 전파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실험이 얼마나 확산될 수 있을 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참여형 웹드라마 메타버스 제작 현장 가보니...
기자는 지난달 26일 만약의 땅에 행인 역할로 엑스트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개촬영 이벤트에 참여했다. 촬영 시작은 오후 7시부터였다. 기자는 그 전에 집에 도착하지 못할 거 같아 버스에서 일단 이프랜드 앱을 켰다. 마음이 급한 가운데, 이프랜드에 가입하고 아바타를 새로 만들었다. 디폴트로 만들어진 아바타들 중에 골랐다가는 촬영장에 같은 아바타들이 돌아다니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에 머리 스타일, 옷 코디만 간단히 바꿨다. 가까스로 7시 쯤 공개촬영 모임방에 입장했다.
식당으로 꾸며진 세트장에 PD, 작가, 배우, 제작진들로 보이는 아바타들이 30명 정도 있었고,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아직까지 이프랜드는 문자 채팅이 아닌 소리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돼있다. 때문에 모든 지시사항이 음성으로 전달됐다. 주로 배우와 PD들이 목소리를 냈다. 생활 잡음을 내는 아바타들이 있어 PD가 배우를 제외한 모든 아바타의 마이크를 끄는 일도 있었다.
PD가 '아윤'이라는 조연 아바타에게 “좀 더 치명적인 이모티콘을 써 주고, 대사 마지막에는 살짝 웃어주는 연기를 부탁한다”고 말하자, 이 아바타는 열심히 행동을 취하며 대사를 쳤다. 아마 배우는 이모티콘 버튼을 적절한 타이밍에 누르며 대사 연기를 했을 것이다.
주인공 아바타들은 전문 성우처럼 목소리 연기를 아주 잘했다. 기자도 목소리를 내보고 싶었지만 그런 역할이 아니었다. 행인 역할로 알고 있어서 조금 돌아다녔더니, PD가 착석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자는 주인공 아바타 근처에 앉아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봤다. 카메라맨은 따로 보이지 않았으나 PD가 촬영을 위한 각도 조정을 하는 듯 한 대화를 했다.
주변 인물들도 반응 정도는 해달라는 지시에 기자도 ‘오케이’ 시늉을 하는 이모티콘 버튼을 눌렀다. 촬영이 지속되는 20여분 간 간간히 반응 이모티콘을 쓰고, 세트장을 잠시 돌아다니다 나왔다. 이번 장면에서의 촬영이 끝나고 제작진들은 다음 세트장이 마련된 다른 모임방으로 이동했다.
원문: https://zdnet.co.kr/view/?no=2021110317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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