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대표
“한국 소비자들은 테크 새비(tech savvy·기계에 능숙한)하고 열정적입니다.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n차 관람(한 영화를 여러 번 관람하는 것)이나 싱어롱 상영(뮤지컬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관람) 같은 건 모두 한국에서 등장한 문화입니다. 이런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오는 12일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한국 출범을 앞두고 서울 역삼동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오상호(57) 대표는 “디즈니플러스를 한국에 론칭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한국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닌 오 대표는 삼성영상사업단, 워너브라더스 미국 본사, CJ엔터테인먼트(현 CJENM)를 거쳐 10년 넘게 20세기폭스코리아대표를 지냈고, 올 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표로 선임됐다.
오 대표가 꼽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자국 콘텐츠의 강세다. 특히 과거 할리우드가 독주를 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각국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자국에서 인기를 끄는 물론 OTT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디즈니도 이번 론칭과 함께 공개하는 한국 자체 제작 콘텐츠가 7편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체 제작 콘텐츠 스무 편 중 3분의 1이 넘는다. 오 대표는 “디즈니플러스가 먼저 진출해 있는 일본, 싱가포르 시청자들이 한국 콘텐츠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며 “삼성영상사업단 시절 한국 영화를 싸들고 해외에 나가면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경험을 했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의 성장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한국 콘텐츠를 제작했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했다.
“90년대에 한·미, 한·일, 한·중 합작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지만, 양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다 맞추려 하다 보니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해 결국 다 실패했어요.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는 작품의 전제는 한국 시장에서 먼저 사랑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고, 취향도 다양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흥행하면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죠.”
오 대표는 최근 디즈니플러스 출범 기자 간담회에서 “OTT와 제작사의 상생과 윈윈”을 얘기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징어게임’의 흥행으로 한국 제작사들이 해외 OTT 업체의 값싼 하청업체로 전락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했다. 오 대표는 “한국 콘텐츠가 이렇게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OTT와 제작사도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계약 조건이 계속 바뀔 것이고, 다양한 계약 방식이 등장할 것이다”라고 했다. “분명한 건 OTT 시장의 파이는 커지고 있고, 파이를 나누기 위한 업체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제작사에 불리한 조건은 절대 아닙니다.”
변희원 기자 nastyb82@chosun.com
원문: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hm&sid1=105&oid=023&aid=000365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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