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애니메이션 기업 SAMG엔터 김수훈 대표
`미니특공대`로 400억뷰 신화
메타버스에 `룰루팝` 곧 첫선
동양미·탄탄한 스토리로 무장
김 대표 "이달말 피규어 선봬
아시아 인형시장 석권나설것"
올매출 340억, 내년 600억 전망
퀴즈 하나. 전 세계 최대 완구 회사는? 전통 강자 레고를 떠올리는 이도 있고, '건담의 추억' 반다이나 '바비 인형' 마텔을 찍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답은 없다. 생소하긴 하지만 최대 완구사 타이틀은 미국의 MGA엔터테인먼트 소유다. 전 세계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피규어 인형 'LOL' 제작사다. LOL은 비닐로 포장된 플라스틱 용기 안에 인형과 의상, 신발 등을 무작위로 넣어 파는 뽑기 상품이다. 작년 LOL은 전 세계에서 5조원어치 넘게 팔렸고, MGA는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미니특공대'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 로봇 애니메이션 시장을 평정한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이하 SAMG)가 이번엔 '한국의 LOL'에 도전한다. 곧 첫선을 보일 가상 걸그룹 룰루팝을 'LOL'에 버금가는 초특급 피규어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20년 넘게 3D 애니메이션에 미쳐 있는 김수훈 SAMG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이제 손에 잡히지 않는 콘텐츠가 손에 잡히는 완구시장을 압도하는 세상이 됐다"며 "우리 회사만큼 아시아인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생산하고 스토리를 입힐 스튜디오가 없기 때문에 LOL도, 바비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여아용 콘텐츠와 완구 시장의 변방이던 한국이 룰루팝 프로젝트로 '오징어 게임' 같은 기적의 역사를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룰루팝은 김 대표가 심혈을 다해 만들어낸 디지털 아이돌그룹이다. 3D 애니메이션으로 공연을 하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장난감 가게에서 피규어나 카드로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처음에는 4명의 멤버로 출발하지만 나중엔 각양각색의 아이돌 수백 명으로 늘어난다. 어린이들은 각자가 보유한 멤버로 그룹을 짜서 공연을 할 수도 있고, 친구들과 가상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과 메타버스, 완구까지 철저하게 기획된 어린이용 아이돌 프로젝트다.
김 대표의 자신감은 성장하는 시장과 콘텐츠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여아용 인형시장이 워낙 큰 데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AMG는 브루미즈, 미니특공대, 레이디버그, 캐치 티니핑 등 굵직한 3D 애니메이션 IP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니특공대는 중국 플랫폼 누적 230억뷰, 유튜브 110억뷰를 돌파했고, 캐치 티니핑 역시 사업 시작 1년 만에 5000만뷰를 기록했다. IP 로열티 수익과 관련 완구 매출이 모두 늘면서 코로나19 와중에도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236억원이던 매출액은 올해 340억원, 내년에는 6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전망이다.
김 대표는 "레고가 스타워즈와 슈퍼마리오 같은 IP를 적용하면서 최근 부활했듯이, 완구산업은 캐릭터에 얼마나 문화와 콘텐츠를 잘 입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며 "룰루팝은 촘촘한 스토리와 K팝으로 대표되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담았기 때문에 아시아 여아 10명 중 9명이 LOL 같은 서양 캐릭터보다 더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을 좋아하던 김 대표는 전기공학과에 들어간 이후에도 컴퓨터그래픽(CG)에 빠져 살았다. 이내 학교를 자퇴하고 국내외 기술자들과 CG를 만들며 예술성을 뽐냈다. 특히 픽사의 토이스토리를 보고 충격을 받은 김 대표는 3D 애니메이션을 독학으로 만들면서 이 바닥에서 단박에 유명인이 됐다.
그는 2000년 회사를 설립해 작품성 높은 애니메이션을 7편 이상 만들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고민하던 중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만큼이나 그 캐릭터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행복해하는 걸 발견했다.
평생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김 대표가 갑자기 완구 제조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다. 그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대량 생산하고, 애니메이션 출시와 함께 완구 등 굿즈(goods)를 함께 내놨다. 이게 미니특공대 대박의 순간이다.
김 대표는 "우연한 대박은 계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촘촘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스튜디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혼인 김 대표에게 "유아 자녀 없이 애니메이션 사업을 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아이는 매일매일 큽니다. 아기였던 자녀가 어린이가 되고 또 청년이 되면 되레 관심이 떨어지겠죠. 저는 그럴 일이 없죠." 아이처럼 까르르 웃는 그의 '현답'이었다.
하단의 QR코드를 입력하면 룰루팝의 뮤직비디오가 재생된다.
원문 :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11/10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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