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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소식] 이재용 부회장의 첫 '빅딜'...하만 대신 ARM을 택했다면

이호스트ICT 2022. 9. 9. 08:39

 


이재용 부회장의 첫 '빅딜'...하만 대신 ARM을 택했다면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글로벌 M&A(삼성전자)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큰손'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125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의지'만 있다면 웬만한 글로벌 기업은 어렵지 않게 인수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와 영국 팹리스 기업 ARM은 모두 매물로 나와 있는데, 삼성전자가 의향만 있다면 인수가 가능한 매물들이다. 관건은 삼성전자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인수할 가치가 있느냐에 달렸다. 현금창출력이 우수하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적정 가격에 인수해도 삼성전자와 시너지를 찾기 어렵다면 성공한 M&A로 볼 수 없다.

대표 사례가 삼성전자가 추진했던 하만(Harman)이다. 전장 기업인 하만 인수는 삼성전자의 M&A 중 인수 효과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80억달러를 투자해 하만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150원 안팎이었는데, 당시 환율을 고려하면 약 9조3000억원 이상 투입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본사가 미국 법인(Samsung Electronics America, Inc)을 통해 하만을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납입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중 역대 두 번째로 규모가 컸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인수가격 총 90억달러)가 아웃바운드 M&A 중 가장 규모가 컸고, 하만이 두 번째다. 하만 인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후 직접 추진했던 초대형 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이 같은 상징성에도 하만 인수가 7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찾아보기 어렵다.

하만, '순이익률 2.2%'...미미한 실적 기여도
하만은 올해 상반기 인수 후 최대 규모의 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상반기 매출은 5조64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8.0%(8625억원) 증가했고, 2019년 상반기 대비 1.7%(989억원) 증가했다. 2019년은 하만 인수 후 최대 매출을 기록한 해였다. 매출만 보면 하만은 올해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0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5%(166억원) 감소했다. 2019년 상반기보다 102.4%(1028억원)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하만의 영업이익률은 3.5%를 기록해 '로우 싱글 디짓' 수준의 저조한 수익성을 나타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4.6%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면서 '미들 싱글 디짓' 수준의 수익을 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은 급증한 반면 수익성은 급감했다. 





상반기 하만의 순이익은 126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률은 2.2%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하만이 관세당국과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모든 비용을 지급하고 단독주주인 삼성전자에게 돌아갈 몫을 의미한다. 순이익률로 보면 삼성전자는 100원을 벌어 2.2원을 남기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매출은 154조9851억원, 영업이익(영업이익률 18.2%)은 28조2184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2조4234억원(순이익률 14.4%)이다. DS(Device Solution) 부문의 영업이익이 약 8조4500억원에 달해,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했다. DS 부문의 우수한 수익성과 삼성전자의 막대한 규모의 매출을 볼 때 하만의 기여도는 매우 미미하다.

게다가 하만의 본업 경쟁력도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하만의 주력 사업은 디지털콕핏(Digital Cockpits)과 텔레매틱스(Telematics)이다. 간추리면 차량 내에서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와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 사업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디지털 기기로 구성한 전장부품을 통해 주행 중 사용자 경험을 한층 높이는 것이다. 향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해질 경우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기준 하만의 디지털콕핏 시장 점유율은 24.8%로 2020년 대비 2.7% 포인트 하락했다. 디지털콕핏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숙할 때까지 상당 기간 소요될 전망인데, 점유율까지 하락해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차량 내 경험' 시장 규모는 올해 470억달러(약 56조원)에서 2028년 850억달러(약 10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시장은 성장이 확실하지만, 하만이 얼마나 높은 점유율을 달성할지 미지수다. 톱티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가 필요한지 향후 얼마나 높은 수익성이 예상되는지 불확실하다. 



2016년 당시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왼쪽),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Dinesh Paliwal) CEO(가운데) 등 양사 경영진이 기념촬영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하만 대신 ARM을 인수했다면 어땠을까


하만이 삼성전자에 인수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시장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전장 사업에 확고한 비전을 갖고 인수를 직접 지시했는데, 7년이 지난 지금 하만의 비전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만은 지난해 BMW의 전기차에 텔레매틱스 장비를 최초 공급했고, 일본 토요타 등에서 수주에 성공했다.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와 GPS 등을 결합해 차량 간 통신 허브 역할을 해주는 장치이다. 수주 성과는 있었지만 하만이 그리는 전장사업의 비전에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뒤따른다.

전장사업은 매우 광범위하다. 전장이란 자동차에 쓰이는 모든 전자장치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차량 내 전기가 흐르는 모든 장치를 전장으로 볼 수 있다. 전기차로 갈수록 전장 부품수가 크게 늘어난다.

하만 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를,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각각 전기차 배터리와 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한다. 삼성전자, 하만, 삼성SDI, 삼성전기 등의 전장 부품은 계열사간 사업적 연관성이 크지 않다. 글로벌 영업망을 공유해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사업적으로 주고 받을 게 없다는 의미이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로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외에도 디지털콕핏 등 인포테인먼트 분야까지 전장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었다. 하만 인수는 9조3000억원의 가치가 있었던 딜이었을까.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할 당시 인수합병(M&A) 거래 밸류에이션은 에비타 배수(EV/EBITDA) 11배 수준에 달했다. 하만을 시장가격으로 인수했을 때 11년이 지나야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하기 전인 2016년 하만의 연간 영업이익은 6억8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7820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률은 8.4%를 기록했다. 현재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둔화된 만큼 삼성전자가 투자원금을 회수하는데 더 오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인텔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국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ARM의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2020년 400억달러(55조원)를 투입해 ARM 인수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ARM의 매각가는 4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컴퓨터의 CPU와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AP칩 설계의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퀄컴 등은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자사의 반도체칩을 생산한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 500~600억달러(68~82조원) 규모의 기업가치가 예상된다.

2016년 소프트뱅크는 ARM을 234억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5달 전 소프트뱅크는 ARM을 인수했다.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은 이달 예정된 영국 출장길에서 ARM 인수를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6년보다 ARM의 매각 가격은 약 20조원이 올랐다. 삼성전자가 차라리 하만이 아닌 ARM을 인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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