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조리봇·치킨봇·로봇카페…외식업에도 로봇 바람 분다
로봇이 음식을 담아 나르고, 편의점에서 주문한 물건을 배달한다. 국수도 말고 치킨도 튀긴다. 외식업계에서 로봇이 서비스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소비자에게는 균질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외식서비스 현장에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보다 ‘직원들 업무 편의를 높여준다’는 긍정적 반응이 우위를 차지한다. 로봇으로 대체된 일들이 주로 ‘기피 업무’인 까닭이다.
외식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조리로봇은 CJ푸드빌에서 2019년 도입한 ‘면 조리로봇’이다. CJ푸드빌은 2019년 12월 빕스 등촌점에 국내 최초로 면 조리 로봇을 선보였다. 면 조리 로봇은 뷔페 방식으로 운영하는 빕스의 국수 코너인 ‘라이브 누들 스테이션’을 맡는다.
방문객이 원하는 재료를 그릇에 담아 로봇에 건네면 조리를 시작한다. 뜨거운 물에 국수 재료를 데치고 다시 그릇에 담고 육수를 부어 완성한다. 이렇게 국수 한 그릇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분이다. 모션 제어기술, 스마트 툴 체인저 기술 등을 적용해 정교한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낸다.
이용객에겐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에 그칠 수 있겠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연’이 있다. 라이브 누들 스테이션은 빕스 직원들의 기피 업무 중 하나였다. 뜨거운 불 앞에 오랫동안 서서 국수를 조리하는 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화상 위험이 있고, 주문이 밀려서 동시에 조리를 해야 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하지만 로봇은 한 번에 4가지 메뉴를 동시에, 안전하게 조리할 수 있다. 업무 중 가장 힘든 일을 로봇이 도맡게 되면서 직원들의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이용객은 균질한 맛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고, 직원들은 업무 편의가 올라가 효율을 높였다. 이후 CJ푸드빌은 면 조리 로봇을 전국 18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외식업계에서 로봇을 도입하는 핵심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구인난’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빠르게 정착하고, 금융시장이 덩치를 키우면서 노동시장이 위축한 탓에 로봇 도입의 속도가 높아졌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막연한 우려보다는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로봇 도입이 추진된 셈이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최근 통계청의 ‘직종별 노동력 조사’ 결과 상반기 1인 이상 사업체 가운데 ‘음식서비스직’은 인력부족률(6.5%)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직종의 인력부족률(3.6%)의 배 가까이에 이른다. 인력이 가장 부족한 직종은 농림어업직(7.8%)이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시급을 제시해도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어렵다”면서 “일 잘하는 직원을 붙잡아두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됐다. 기피 업무는 로봇 등으로 대체해 직원 복지를 높이는 게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치킨로봇의 등장도 구인난의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기름 앞에서 하루 종일 치킨을 튀기는 일은 화상 위험이 있고 균일한 맛을 내기도 쉽지 않다.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업무를 대신한다면 1인 매장도 가능해진다.
최근에 이처럼 로봇이 치킨을 대신 튀길 수 있도록 매장에 치킨로봇을 선보인 프랜차이즈 ‘롸버트치킨’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롸버트치킨은 싱가포르, 미국 등 인력난이 심한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2030세대 직원들이 비대면 업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AI 전화 서비스’도 등장했다. CJ푸드빌은 지난 1월부터 빕스, 더플레이스, 제일제면소 등 외식 브랜드 매장에 AI 전화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도입 중이다. 복합쇼핑몰, 백화점 등 내부 망을 사용하는 매장을 제외하고 36개 매장에 적용을 마쳤다.
직원과 소비자가 직접 통화하지 않아도 예약 또는 매장 관련 문의를 AI가 대신 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프로그래밍을 했다. 매장에 걸려오는 전화의 약 70%를 AI가 응대한다. 바쁜 시간대에 전화 응대까지 해야 했던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고 피로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호텔에서도 서빙 로봇이 대거 도입됐다. 로봇을 활용해 객실 물품 등을 전달하고 짐을 대신 날라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들이 늘고 있다.
로봇카페도 각광 받고 있다. 대형 쇼핑몰, 놀이공원, 휴게소 등에서 로봇카페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휴게소처럼 24시간 손님이 찾는 곳에서 환영받는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면 되고 로봇이 약 1분에 걸쳐 커피를 만들어 제공한다. 밤 운전을 하는 이들에게 자판기 커피 외에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 덕에 고객은 더욱 효율적이고 편리한 서비스와 가치를 경험할 수 있고, 직원들은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업무 부담을 덜어 보다 정성스럽고 가치 있는 고객 케어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원문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5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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