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광장에 '메타버스 벚꽃'이 만개했다. 벚꽃나무 아래를 지나 광장을 거니는 건 현실의 내가 아닌 가상세계 아바타다. 지난 2일 서울시와 서울기술연구원은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시범 오픈했다. 메타버스로 구현된 공간은 덕수궁을 포함한 서울시청 일대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청계천 등으로 향후 주요 행사나 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MZ세대를 겨냥해 제작된 '플레이' 중심의 기존 메타버스에서 벗어나 현실감을 높인 '공공 향유형 메타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공 메타버스 사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그간 공공영역에서 직접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플랫폼을 활용한 사업 등이 전개됐지만 대부분 일회성 홍보에 그친 뒤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초실감형 메타버스' 시범 오픈…들어가보니
지난 2일 시범 오픈된 서울시 메타버스는 아바타 제작과 채널 선택을 거친 뒤 접속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아바타는 성별부터 헤어·의상·눈썹·코·입술·볼 등 세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아바타를 제작하고 플랫폼에서 쓸 이름을 설정하자 입장 가능한 채널 목록이 나왔다. 채널은 △현재 △해질녘 △야경 총 3가지 시간대별 서울시 광장 모습을 구현하고 있었다.
'현재' 옵션을 클릭하자 접속 시간인 이날 오후 7시57분 기준 광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서울기술연구원은 플랫폼 오픈 시기에는 벚꽃 핀 광장이 구현되지만, 본 서비스가 시작되면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구상중이다.
플랫폼에는 '랜드 구매' '마켓플레이스' 'SMAP' 등 기능도 포함됐다. 랜드 구매를 클릭하면 지도와 '세부 정보'가 함께 떠 자신이 클릭한 구역의 건물명과 주소 등이 표시된다. 마켓플레이스에는 '부영소공동호텔' '한국은행건물' '덕수궁' 등 약 18개 건물이 나온다. 랜드 구매와 마켓플레이스는 향후 메타버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제활동을 대비해 테스트중인 기능이다. SMAP은 기존 웹 지도를 그대로 옮겨 담은 서비스다.
다만 아직 테스트 수준이다 보니 옵션 선택 후 다음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더뎠고, 시청 등 채널에 입장한 뒤에도 화면 전환이 느리게 이뤄졌다. 아바타 상의를 고르려 스크롤링할 때는 '체형 변경 ㅇㄹㄴㅇㄹㄴㅇㄹㄴ' 라는 오류 문구가 떴고, 벚꽃 앞에 선 아바타의 시점을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했다. 랜드구매 기능의 세부 정보에는 건물명이나 주소가 표시되는 과정에서 이미지 업로드에 오류가 나기도 했다.
이에 서울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플랫폼 오류를 인지하고 있다"며 "사양 최적화 등 전반적인 플랫폼 기능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시범 운영 단계로 부족한 점을 중장기적으로 보완·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며 "플랫폼 내에 상점을 입점시켜 사용자들이 제품 체험·쇼핑을 즐기고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현실 경제 활동을 메타버스 상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발전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속 없다"는 지적도…방치 없는 '공공 메타' 되려면?
그간 공공영역의 메타버스 사업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서울시 메타버스 플랫폼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공공 메타버스 사업은 활성화되지 않은 채 일회성 홍보·마케팅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천 서구청은 지난해 2000만원을 투입해 홈페이지 '소통1번가'를 소개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소통1번가 3D 전시관'을 만들었지만 기존 홈페이지 안내 기능 정도가 전부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공사 등도 지난해 제페토에 메타버스 공간을 마련했으나 약 1년간 누적 방문자 수는 수백~수천명에 그쳤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어린이 청소년 시민발언대' 공간도 지난해 10월 오픈 후 이달 3일 오후 3시 기준 614명만 이용했다. 같은 해 11월 문을 연 서울혁신파크 공간의 같은 날 기준 누적 방문자 수는 569명이다.
이에 공공 메타버스 활성화를 위해선 공공 영역만의 메타버스 사업 비전과 공공 목적의 콘텐츠가 뚜렷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성화된 메타버스 사업 분위기에 편승하기보다 지속가능한 서비스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원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장은 "메타버스는 적극적인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로, 이들이 가상세계 안에서 공공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참여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자신의 목적에 맞게 가상공간에서 창작 행위를 할 수 있는 툴 등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공공영역의 고민이 미흡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민간 메타버스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한 반면, 공공 메타버스의 경우 대학교육·헬스케어 등 공적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메타버스가 미래 대표 플랫폼이자 미디어라는 점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만큼 이를 어떤 비전으로 끌어안을 것인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문: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5031006366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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