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품 수급 어려워 설비 리드타임 수배 길어져
- ASML·램리서치 등 1분기 실적 부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기점으로 자연재해, 전쟁 등이 연이어 벌어지자 반도체 공급망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일시 회복한 물류 시스템은 중국 등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재차 붕괴했다. 장비업체까지 후폭풍에 시달리면서 반도체 공급난을 해결할 증설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제조설비 리드타임(주문부터 납기까지 기간)은 12~18개월 수준이다. 코로나19 국면 이전에 3~6개월임을 고려하면 최대 6배 길어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부품 조달 차질이다. 지난해부터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 등 주요 부품이 제때 들어오고 있지 않다. PLC는 반도체 장비를 움직이고 모니터랑하는 데 사용되는 제품이다. 일부 장비는 부속품 또는 덜 중요한 옵션이 빠진 채 제공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올해 2분기부터는 관련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ASML의 독일 공장 화재, 일본 지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상하이 봉쇄 등이 겹치면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제작 기간이 길어지고 유통망이 무너지면서 반도체 장비업계는 실적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극자외선(EUV) 노광설비를 독점 중인 ASML은 지난 1분기 매출액 35억3400만유로(약 4조7300억원), 영업이익 7억8400만유로(약 1조5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29.1%와 61.3% 떨어졌다. 물류난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일부 매출이 2분기로 이연된 탓이다. EUV 장비 리드타임이 24개월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공급망 측면에서 상당한 부정적 요인이 존재한다. 물류비 증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올해 매출총이익이 소폭 하락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식각 분야 1위 램리서치도 같은 기간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하회했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지난 1분기 매출액으로 42억5000만달러(약 5조2900억원)로 예측했으나 40억6000만달러(약 5조500억원)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11억9200만달러(약 1조4800억원)로 전기 및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 팀 아처 램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유통망 붕괴로) 부품 확보를 위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공급 이슈를 신속하게 정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장비사도 마찬가지다. 공식 발표 전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몇몇 업체는 올 1분기 실적 하락이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한 장비 제조사 재무담당자는 “전공정 설비부터 생산이 제대로 안 되면서 후공정 분야를 담당하는 회사까지 타격이 오고 있다. 연쇄적으로 장비업체들이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2분기 반등 여부는 미지수다.
한편 반도체 공급난은 당분간 안정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서스퀘한나 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리드타임은 26.6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장비 납품 지연까지 장기화하면서 신규 생산라인 구축은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원문: https://www.ddaily.co.kr/news/article/?no=23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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