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소식] "이달에만 9개 등록"…'우후죽순' 메타버스 민간 자격증, 문제없나

 

대부분 제페토·이프랜드·개더타운 실습 비중 높아
플랫폼 의존도 높아 메타버스 산업에 도움 되기 어려워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SK텔레콤 제공)/뉴스1

메타버스 관련 민간 자격증이 올해만 9개가 새로 등록됐다. 2022년 새해가 시작된 이후 이틀에 하나꼴이다.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21개에 달한다. 하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메타버스 민간 자격증의 내용을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19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등록된 민간자격에는 △메타버스비즈니스전문가 △메타버스전문강사 △메타버스콘텐츠전문가 △메타버스전문가 △메타버스콘텐츠활용지도사 등이 있다.

지난해 등록된 민간자격의 이름들도 비슷하다. △메타버스교육지도사 △메타버스컨설턴트 △메타버스관리사 등이다. 심지어 '메타버스전문가'라는 자격증은 서로 다른 3곳의 기관이 따로 등록해 별개의 자격증으로 존재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측에 따르면 민간자격등록을 신청한 자는 최소 3개월의 심사과정을 통해 민간자격을 부여받는다. 법을 위반하거나 국민의 생명·안전에 위협이 되는 등 지정된 금지 분야에 해당하지 않으면 자격 내용에는 제한이 없다.

'메타버스전문가' 자격을 부여하는 민간 자격의 내용(홈페이지 캡처)© 뉴스1

자격증 취득을 위한 강의 내용은 어떨까. 수업 과정을 살펴보면 대체로 메타버스에 대한 이론 수업과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 제페토, 개더타운을 직접 해보는 실습수업이 주를 이룬다.

실습 내용은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업무 공간이나 회의 장소를 직접 만들어보고 아이템을 배치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메타버스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아이템 제작에 필요한 3D 모델링 프로그램 '마야'와 같은 프로그램 수업은 강의 과정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수강생은 이와 같은 수업을 모두 듣고 민간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한 시험에 통과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업체가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 강의 수강 위주로 진행하거나 강의도 아직 준비되지 않은 곳이 다수였다.

수강 시간과 수강료는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대체로 20시간 내외의 수업이 5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형성돼 있다. 32시간짜리 수업이 120만원인 강의도 있다. 일부 업체들은 수강을 마치면 인증서를 비롯해 다양한 특전을 제공한다고 소개한다.

2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디지털 대전환 엑스포에서 시민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 회의를 체험하고 있다. 2021.11.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돈과 시간을 쏟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직접 실습을 하고 민간 자격증을 취득하면 메타버스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은 아직 무르익지 않은 메타버스에는 민간 자격증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전공 교수는 "강의 내용이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졌다기보다는 급조된 내용이 많고 신뢰성이 부족해 자격증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실제로 관련 수업들은 메타버스를 이용한 플랫폼 꾸미기와 콘텐츠 제작에 집중돼 있다. 실제 메타버스 제작 현장에서 함께 따라오는 개념인 대체불가능토큰(NFT)이나 경제 구조, 블록체인 기술에 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역시 "메타버스와 관련된 정보는 지금도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자격증을 땄다고 이것을 모두 따라갈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라며 "강의를 들으면서 메타버스에 친숙하게 다가간다는 점은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아주 파편적인 정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메타버스 관련 인재를 키우는 건 결국 교육 구조의 문제"라면서 "초중고뿐만 아니라 대학 학부에서 IT 전문가를 키우고 이들이 다시 강단에 서서 또 다른 인재를 키울 수 있게끔 교육 구조의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eejh@news1.kr

원문: https://www.news1.kr/articles/?4557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