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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소식] 새로운 양자컴퓨터 초읽기…국내 연구진 주도 ‘전자스핀 양자비트' 개발

이호스트ICT 2023. 10. 6. 13:35

복수의 양자비트 한번에 제어 가능…'사이언스' 게재

전자스핀 양자비트(큐비트) 플랫폼 개발에 참여한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소속 연구자들이 전자스핀 양자비트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을 살펴보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국내 연구진이 이끈 국제연구팀이 기존 양자컴퓨터와 설계 방식이 다른 새로운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질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인 1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양자비트(큐비트)를 사용하는 '양자비트 플랫폼'이다. 양자비트 간 정보교환에 필요한 상호작용을 조절하기 용이해 양자비트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자비트 플랫폼이란 양자컴퓨터가 사용하는 정보 기본단위인 큐비트가 구현되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진법을 토대로 0과 1의 기본정보 단위를 별도로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양자비트(큐비트)'를 정보 기본단위로 사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월등한 성능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 범용적으로 쓰일 만큼 성능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한 양자비트 플랫폼은 나오지 않았다. 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양자비트 플랫폼 개발 경쟁에서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주목을 받는다.

● 나노 스케일 양자컴 가능성 제시

이번 연구를 주도한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은 일본, 스페인, 미국 연구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고체 표면 위에서 단일 원자의 전자스핀을 이용하는 새로운 양자비트 플랫폼을 제시했다. 나아가 3개의 전자스핀으로 이뤄진 '복수 양자비트' 시스템까지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를 '전자스핀 양자비트 플랫폼'이라고 이름붙였다.

연구를 이끈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은 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연구협력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나노 단위에서 양자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확인했다"며 "세상에서 가장 작은 양자비트를 사용한 것은 이전에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지금까지 초전도접합, 이온트랩, 양자점, 양자위상 상태 등을 이용한 다양한 양자비트 플랫폼이 제시됐지만 어떤 플랫폼이 최선인지 아직까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예를 들어 구글과 IBM이 개발 중인 초전도접합 플랫폼은 연산 속도 자체는 빠르지만 양자컴퓨터 성능을 좌우하는 '양자 결맞음'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양자 결맞음은 양자가 같은 파동으로 움직이는 현상으로 양자 소자의 조건이다. 원자의 이온을 레이저로 포획해 제어하는 방식의 이온트랩 플랫폼은 연산 신뢰도가 높은 대신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다. 각 플랫폼마다 단점이 있는 셈이다.

IBS 연구팀이 제시한 전자스핀 양자비트 플랫폼은 고체 표면 위 원자의 전자스핀을 양자비트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개별 양자비트의 크기가 1nm 이하로 구성된 양자집적회로를 구현, 양자비트 간 정보 교환을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양자비트 간의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기술은 정보를 저장하고 연산하는 성능 향상과 직결된다. 초전도체 등 특정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다양한 원자를 양자비트의 재료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전자스핀 양자비트 플랫폼의 장점이다. 


● 수백 큐비트까지 확장 가능성도 확인

전자스핀 양자비트(큐비트) 플랫폼에 사용된 단일 원자 전자스핀 큐비트의 3차원 모식도. 복수의 양자비트가 상호 작용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연구팀은 여러 양자비트 구조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복수 양자비트' 시스템도 구현했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배유정 IBS 연구위원은 "이전까지는 표면에서 단일 양자비트만 제어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원자 단위에서 복수 양자비트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전자스핀 양자비트 플랫폼을 수십, 수백 큐비트까지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산화 마그네슘으로 만든 얇은 절연체 표면 위에 여러 개의 티타늄 원자를 놓은 구조를 채택했다. 원자 수준의 표면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의 탐침을 이용해 각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작한 뒤, 여러 원자스핀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복수 티타늄 원자 구조를 만들었다. 이어 센서 역할을 할 티타늄 원자에 탐침을 두고 원격제어 방식을 적용해 센서 및 원거리에 놓인 여러 양자비트들을 단 하나의 탐침으로 동시에 제어 및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단일 원자 양자스핀 플랫폼 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양자비트 개수의 한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양자비트 개수는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하인리히 단장은 "수백개의 양자비트까지 안정적으로 늘려 양자컴퓨터 성능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전자스핀 양자비트(큐비트) 플랫폼 개발 연구를 주도한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이 이번 연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원문: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61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