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게재일자 : 2012/05/24
KT가 하반기 800억원대 패킷감청 솔루션인 `DPI(Deep Packet Inspection)`를 도입한다. 콘텐츠 사업자가 발생시키는 망 부하 데이터를 실사하겠다는 의도다. 이 솔루션으로 특정 애플리케이션이 발생시킨 데이터 전송량(패킷)까지 골라 차단할 수도 있다. KT가 망 중립성 논쟁에 더욱 공세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다만 외산 솔루션만 도입하면서 해킹 시 정보 유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6월 DPI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3~4분기 전국에 솔루션을 설치한다. 총예산은 800억여원이다. DPI 1000여개로 시도 곳곳을 조사할 수 있다. 국내에 통신용 DPI를 대규모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PI는 패킷 종류와 내용을 분석하는 감청 솔루션이다. 유럽 등 해외 통신사가 망 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 솔루션을 점점 늘리는 추세다. 스마트기기와 인터넷프로토콜(IP) 기반 서비스가 대중화하며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업체(CP) 간 네트워크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DPI로 종합적인 패킷분석이 이뤄지면 mVoIP, 스마트TV 등 특정 애플리케이션에서 발생하는 패킷을 골라내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KT는 올 초 삼성전자 스마트TV를 차단하며 망 중립성 문제를 쟁점화했다. DPI 구축은 이의 후속 조치여서 콘텐츠 사업자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제공할 전망이다.
DPI 기술 도입은 이석채 KT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최근 월드IT쇼 2012 기조연설에서 `통신 블랙아웃`을 우려하며 망 공존 대책을 강력히 주문했다.
KT가 도입하려는 DPI 솔루션은 외산 제품이다. 일각에서 외산 솔루션 하나로만 구성하면 광범위한 해킹에 노출되고 사후대응 속도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KT가 국가 기간망을 다수 관리하는 상황이어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T 망을 쓰는 국가정보원 등 일부 기관도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DPI 솔루션은 아직 없다. 다만 ETRI와 네트워크 전문업체 컨소시엄이 이르면 하반기 상용화 목표로 개발 중이다. 김철수 인제대학 교수(컴퓨터공학부)는 “통신사 DPI 도입이 본격화할 조짐”이라며 “다만 감청 기능이 핵심인 만큼 멀티 소싱(다수 회사 제품을 채택하는 것) 및 국산화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DPI 시범사업을 위해 30억원 규모의 계약만 미국 샌드바인사와 체결한 상태”라며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전국망 적용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http://www.etnews.com/news/telecom/network/2594465_14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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