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전자혀' 데이터 수집...SW·HW 모두 직접 구축"
"기술은 수요와 수익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집니다. 첨단 기술을 단순히 붙이는 것만으로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와인쌤은 데이터와 시스템 구축에만 2년을 투자한 결과입니다."
상상을만드는사람들(대표 방준호)은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빅데이터쇼'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와인 무인 판매 브랜드 '와인쌤'을 처음 선보여 주목받았다.
'전자 혀'를 활용, 와인 맛을 통해 9가지로 분석해 개인 취향에 맞는 제품을 AI가 추천해 주는 시스템이다. 와인쌤은 이후 각종 행사에 등장해 입소문을 일으키더니, 결국 석달 만에 와인 전문 할인매장 바틀샵과 손을 잡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전국 70여곳의 바틀샵에서 와인쌤 AI 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AI를 식음료 사업에 투입한다는 소식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생성 AI가 추천한 레시피로 제품을 제작하거나 '챗GPT'를 탑재한 AI 바텐더로 소비자들에게 와인을 추천하는 사례는 몇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벤트에 그쳤고, 본격 상업화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와인쌤의 차별점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AI 소믈리에는 단순히 참신한 아이디어나 AI 트렌드에 기댄 결과가 아니다.
자체 기술로 '와인 맛의 객관화'를 구현한 것은 물론 AI 시스템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독보적인 데이터 수집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술만큼 사업 구조에도 큰 비중을 싣고 있다.
사실 방준호 대표는 알아주는 와인 애호가다. 하지만 이 사업을 실체화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털어놓았다.
시작은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 "왜 와인은 어려워야 할까."
애호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와인 시장은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방 대표는 "우선 시도 자체가 어렵다. 맛의 묘사나 설명이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지표가 없다"라며 커피를 비교로 들었다. 이제 커피는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어떤 맛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 또 산미나 고소함 등 지표가 알려지며 전문가 수준으로 다가가기도 쉬워졌다.
시장 구조도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다. 와인은 일부 유명 제품에 기대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다양성이 절대 부족하다.
그래서 방 대표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구매율을 높이는 것이 와인 시장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미각의 객관화'로, 사람들의 와인 선택지를 확대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맛이라는 주관적인 감각을 객관화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개인적인 취향과 데이터는 존재하겠지만, 그 기준이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진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각은 위험성이 더 크다. 다른 감각과 달리 '직접 구매 후 입 안에 넣어보는 과정'까지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구매의 리스크도 큰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전자혀를 해결책으로 봤다. 이는 일종의 맛 분석 기계를 의미하는데, 대표적인 방식은 인간의 맛 인식 과정을 모방하는 알고리즘이다. 화학물질을 전기자극으로 전환, 수용해 맛을 느끼기 때문에 특정 물질을 탐지해 내면 맛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말처럼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신뢰할 만한 와인 맛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거의 2년 가까운 시간이 들었다. 단순히 'AI' 수식어를 사용하고 싶었다면 이 정도의 노력을 쏟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핵심은 데이터 구축이었다.
"보통 AI를 사용했다고 하면 기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챗GPT에 와인을 추천해 달라는 식이다. 챗GPT가 그럴싸한 대답을 만들어내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결국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주관적 의견을 취합한 답변에 불과하다."
그래서 와인쌤은 맛 분석을 위한 시스템을 바닥부터 구축했다. 우선 해외에서나 접근할 수 있는 전자혀 기계 접근을 위해 서울대학교와의 산학협력을 활용했다. 특히 전자혀 기기는 와인 분석 사례가 없기 때문에, 모든 기준을 직접 구성했다.
전문 소믈리에도 여럿 초빙했다. 수십년 경력의 소믈리에가 기계의 맛 분석을 다시 평가하는 식으로, 일종의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 학습(RLHF)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려면 와인 한병당 걸리는 분석 시간은 약 24시간이다. 현재 와인쌤이 확보한 데이터가 500병에 달한다는 것은 여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자했는지를 말해준다.
이를 통해 9가지 맛 지표를 구축했다. 1차적인 맛으로 단맛, 신맛, 짠맛, 떫은맛, 쓴맛, 감칠맛을 판단, 그리고 뒷맛으로 시큼, 씁쓸, 떫음을 구분했다. 방 대표는 이를 '팬톤 컬러'에 빗대기도 했다. 팬톤 컬러는 색깔마다 고유의 번호, 이름을 지정해 매년 올해의 색깔을 선정하는 등 시각의 미묘한 차이까지 구별해내는 대표적 예시다. 즉 '약간 씁쓸한, 조금 달콤한'이라고 표현해야 했던 범주를 정확한 지표로 구분한 것이다.
이 과정에 관련 특허만 9개 이상 확보했다. 와인 맛 데이터는 최종 2만여가지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이를 활용한 사업 구조도 "근본성과 선택지에 정확하게 집중하려고 애썼다"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벤딩머신과 키오스크, 애플리케이션, UI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직접 구축했다. 와인은 특히 보관이 생명이다. 품질을 지켜주는 벤딩머신, 셀러, 디스펜서 등을 구축하기 위해 쇼룸 운영은 필수적이었다. 1년 이상 장기간 사용에도 오류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2022년 7월부터 성수동 오프라인 직영 쇼룸 매장을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방 대표는 "버전 1과 2를 거쳐 드디어 상용화 모델인 3호기를 곧 출시할 예정"이라며 "애플리케이션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 진정한 O2O 플랫폼을 실현하겠다"라고 밝혔다.
와인쌤을 설치하는 방식도 소비 행태에 따라 다각화했다. ▲기존 건물이나 가게 안에 자판기처럼 설치하는 숍인숍 형태를 위해서는 벤딩머신을 ▲와인 매장에서 와인쌤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추천 리스트를 제시하기 위해서 키오스크를 ▲음식점에서는 메뉴판처럼 태블릿을 지원한다. 한마디로 와인이 필요한 모든 곳에 모든 형태로 와인쌤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의도다.
내년 출시할 전용 앱에는 와인 추천과 개인별 와인 맛 데이터는 물론 성인인증을 통해 온라인 주문 후 오프라인 픽업 서비스도 포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와인쌤 대리점 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초기 투자비와 인건비 등을 최대한 생략, 저비용으로도 와인쌤 대리점 운영이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글로벌 진출은 당연한 목표다. 특히 해외에 와인쌤과 흡사한 서비스가 등장한다고 해도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방 대표는 "전자혀의 보편화가 이뤄지더라도, 그동안 축적한 와인쌤의 데이터를 뒤늦게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를 벌리겠다"라며 "AI 소믈리에가 누구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글로벌 와인 지표'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원문: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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