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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소식] “집·고기 찍어내는 3D프린터, 올해 대중화… 메타버스는 3~5년 뒤”

이호스트ICT 2022. 1. 4. 18:45

 

[세계 석학 인터뷰] [3] 실리콘밸리 ‘테크 구루’ 비벡 와드와 교수

“올핸 3D(3차원) 프린터가 본격 급상승 곡선을 탈 것으로 본다. 3D 프린터로 집을 만들고, 고기와 치킨을 생산하는 것이 (대중화가 가능한) 경제성을 갖게 될 것이다.”

비벡 와드와 교수가 미래 기술의 발전 단계와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지지부진해 보이는 기술도 수면 아래에선 상상을 뛰어넘는 진보가 이뤄진다”며“올해도 다양한 기술이 놀라움으로 변할 것”이라고 했다. /비벡 와드와

미 실리콘밸리가 내려다보이는 벨몬트의 자택에서 만난 비벡 와드와(65·Vivek Wadhwa) 교수는 본지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급격히 발전할 기술을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기술은 초기에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며 “기술에 대한 실망이 쏟아지다가 갑자기 돌파구가 마련돼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작년 테크 업계는 코로나 2년 차를 맞아 분투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의 말처럼, 수년이 걸릴 것으로 봤던 화상 회의, 원격 의료 등 디지털로 전환하는 일이 몇 달 사이 완료됐다. 코로나 때문에 기술은 물론이고 삶의 패턴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바뀌었다.

올핸 어떤 기술적 진보가 벌어질까. ‘실리콘밸리의 지성’이라는 비벡 와드와 교수에게 물었다. 그는 벨몬트 자택의 1층 한쪽에 커다란 책상을 두고 일하고 있었다. 반대쪽엔 침대가 놓여있었다. 코로나가 바꾼 모습이다.

-코로나는 모든 일상을 바꿨다. 테크 산업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술이 코로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보나.

“많은 첨단 기술의 발전이 코로나 때문에 가속화됐지만 최고는 화상 회의 기술이다. 우리는 화상 회의로 교육받고, 업무를 처리하고, 인터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예전엔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방송사 스튜디오에 갔지만 이제는 저 책상 앞에 앉아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화상 회의 기술과 관련 시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 더 성장하진 못하더라도 유지는 될 것이다. 부모 세대도 이러한 변화를 이젠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였다.”

-당신은 2017년 저서 ‘선택 가능한 미래’를 통해 10년 후 드론 배달, 자율주행차, 생명과학의 진보, 태양광발전 보편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예측은 유효한가?

“그렇다. 우리는 이미 꿈꾸던 미래에 살고 있다. 현재 기술 산업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수면 아래에서 예상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항상 어렵지만, 10년 후에 우린 드론이 집 마당으로 모닝커피를 배달해주고,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를 교통 수단으로 갖게 될 것이다. 전기차가 휘발유차를 100% 대체할 것이다. 이는 틀릴 수 없는 미래다.”

-실리콘밸리는 기술 낙관주의를 설파한다. 하지만 실제론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도 발전하지 않는 테크도 있다. 자율주행이 대표적이다.

“기술은 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한 점을 넘어서면 기하급수적 곡선을 탄다. 그것이 기술이 발전하는 방식이다. 기술 발전이 늦다는 실망감은 어느 순간 놀라움으로 변할 것이다. 스마트폰을 봐라. 10년 전만 해도 모든 것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상상이나 했나. 난 자율주행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생각보다 많이 발전했다. 서울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3년 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소고기의 맛과 질감을 재현하는 스웨덴 스타트업 노바미트의 3차원 프린터. /노바미트

-올해는 어떤 첨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할까.

“대표적으로 3D 프린팅이 있다. 작년에도 3D 프린트로 집을 지었다는 뉴스가 간혹 나왔다. 올해는 더 많은 집이 3D 프린트로 지어지고, (바이오 원료를 넣어) 3D 프린트로 고기를 만든다는 회사도 늘어날 것이다. 이미 싱가포르에선 그런 회사가 있다. 올해엔 3D 프린트로 치킨, 소고기, 돼지고기를 찍어내는 것이 경제성을 가지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다. 플라스마(기체가 초고온 상태로 가열돼 고체나 액체, 기체가 아닌 제4의 물질 상태가 된 것)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올 3월엔 인도의 네 농장과 미 플로리다의 두 농장에서 플라스마를 활용해 물을 맑히는 대규모 실험이 실시된다. 성공하면 아프리카 등 물 부족 국가의 고민을 해결할 기술적 진보가 이뤄질 것이다.”

-작년 한 해 메타버스가 뜨거웠다. 메타버스가 AI 다음의 중요한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인가?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는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30년 전부터 있었다. 메타(옛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메타버스를 처음 주창한 것이 아니다. 그 개념을 활용한 것이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서로 온라인으로 연결한 줌 화상 회의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의 VR·AR 기기는 너무 크고 무겁고 사용하기 불편하다. 메타버스 기술이 완성되려면 3~5년 이상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 안경과 같은 기기에서 3차원 가상 세계가 펼쳐질 수 있을 때 메타버스 시대가 열릴 것이다.”

-비트코인은 어떤가. 당신은 예전에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자체엔 어떠한 기술적 진보도 없다. 투기 자산이다. 비트코인이 미래의 디지털 화폐를 의미하진 않는다. 세계 각국은 화폐 통제권을 절대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과 인도는 비트코인을 금지했다. 카지노판 같은 비트코인 거래는 결국 규제를 받을 것이고 대신 각 정부의 공인된 디지털 커런시(화폐)가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언제 급락할지는 모른다. 내가 아는 건 비트코인이 거대한 사기라는 점이다.”

-기술은 항상 ‘양날의 칼’이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는 모든 나라에서 저주가 됐다. 모든 곳에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예전 사람들은 공통 가치관을 가졌지만 소셜미디어로 인해 파편화되고 있다.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도 양날의 검이다. 앞으로 10년간 로봇의 보편화로 관련 산업이 발전하며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처럼 많이 일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살아가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벌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후엔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며 많은 사람이 실직에 몰릴 것이다. 그 사람들이 일 대신 다른 활동에서 만족감과 소속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웨이모

-기술의 악영향을 막기 위해 전 세계에서는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다.

“테크 기업들은 이미 확보한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활용해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일상을 추적할 수 있다. 테크 기업들의 힘은 무한대로 커지며 통제 불능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안전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하며 사용자들을 양극화와 증오로 밀어넣고 이익을 취했다. 아마존이 책을 팔면서 동네 서점은 모두 죽었다. 테크 기업들은 사회를 산산조각 내고 있다. 그들에게 따를 규칙을 정해줘야 한다. 신호등을 통해 모든 자동차가 안전하게 이동하듯, 테크 기업들에 신호등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기술 패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이를 ‘신냉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중국은 내년에도 힘을 발휘할까.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전 세계는 중국이 해킹이나 스파이를 통해 기술을 훔쳐가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 실제로 내가 있던 카네기멜런대에서는 공산당 간부인 부모와 함께 유학 온 중국인 학생이 교수들의 책상 위를 사진 찍어 중국에 보내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이 오랫동안 해온 행태이며, 이후 대학에서도 중국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데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각국 정부는 더는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 전 세계 여론이 바뀌고 있다.”

-한국은 삼성·LG·현대차 등 굴지의 테크 기업을 갖고 있다. 하지만 AI 등 소프트 테크에선 약하다. 최첨단 테크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30~40년 전 한국이 산업화됐을 때 정부는 몇몇 산업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키웠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기업가 정신과 혁신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과감한 금융적 지원과 교육을 통해 실리콘밸리처럼 한번 실패해도 다시 몇 번이고 재창업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의 육성 의지 문제다.”

[비벡 와드와는… 저서 ‘선택 가능한 미래’서 첨단기술이 바꿀 사회 예측]

인도계로 ‘실리콘밸리의 지성’이라는 학자이자 저술가. 미 스탠퍼드, 하버드, 에머리 대학 등에서 강의했고, 카네기멜런대학교 공과대학 석좌교수, 하버드 로스쿨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스타트업을 2번 창업했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창업가 육성 기관이자 싱크탱크인 싱귤래리티 대학교 부학장을 지냈다. 2013년 타임지 선정 ‘첨단 기술 분야의 영향력 있는 40인’에 뽑혔고, 2012년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에서 세계 100대 사상가로 선정됐다. 2015년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본보기로 삼을만한 10대 인물’ 중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에 고정 칼럼을 쓰고, 월스트리트저널, 포천지에도 기고한다. 첨단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산업 혁신, 기업가 정신에 대해 많은 저서를 썼다. 올해 그는 교단을 잠시 떠나 인도에서 암 진단·치료 시스템을 개혁하는 프로젝트와, 칠레에서 플라스마를 통해 물을 정화하는 기술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원문: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2/01/04/XJESBSUL5NG6ZEN2EF7QOPCQNQ/?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