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너지 사용량 분석해
도시단위 `에너지맵` 개발
냉난방 온도·조명 제어 등
기업별 맞춤 솔루션 제공
◆ ESG 경영현장 ◆
신재생에너지 전환과 같은 현재의 에너지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그리고 누가 실천할 수 있는 정책일까.
지난 9월 영국 전력 도매 시장에서 거래된 전기요금은 426파운드(약 70만원)를 넘어섰다. 작년 평균 가격보다 10배, 올해 초보다 4배 치솟았다. 스페인은 1년 새 전기요금이 3배 늘었다.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독일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유럽 지역에서 바람이 줄면서 풍력발전이 타격을 받은 게 방아쇠가 됐다. 화석연료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 유럽의 전기요금 폭등은 단순히 대체에너지로의 전환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는 데 국제 사회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에너지 절감 없는 탄소 감축 정책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풍력·태양광·바이오매스 같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직접적이지만, 투자비 대비 탄소 감축량 면에선 에너지 절감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정부 보조금이 대기업에 주로 돌아가게 돼 에너지를 많이 쓰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집단이 보조금을 받아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반면 건물의 냉난방기 교체, 주거 건물의 고효율 창호·LED 조명 교체 같은 정책은 투자 비용이 낮고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감축 혜택이 돌아간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개인은 에너지 절감에 동참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공장이 있으면 에너지 절감을 체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방법이 마땅치 않다. 심지어 에너지 절감을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도 알기 힘들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일상에서 노력하고 싶어도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차를 누구나 살 수는 없고, 토지나 건물이 없는 사람은 태양광이나 에너지 설비 지원 보조금을 받을 수 없죠. 기존 에너지 점검 시스템은 대부분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해서 비용이 크게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은 이런 방식을 도입할 여력이 없고요. 그래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큰 자본 투자 없이 낭비되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서비스를 구상했습니다."
12년 동안 친환경·저에너지 컨설팅업계에서 일해온 김영록 나인와트 대표가 2019년 회사를 창업한 이유다. 김 대표는 "도시의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역설적이게도 그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 제공자에 대한 지원으로 풀리는 모순에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나인와트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통해 도시에 '숨어 있는' 에너지 문제를 찾아낸다. 특히 건물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도시 단위 에너지 진단을 통해 에너지 낭비가 심하거나 절감 효과가 높은 건물을 찾아내는 '에너지 맵'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 맵은 수많은 건물 중 비용 투자 대비 에너지 절감, 탄소 저감 효과가 높은 건물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건물의 크기·위치·용도·에너지 사용량 등 정형적인 정보와 날씨 변화, 이용자 수, 전력 이용 패턴 등 비정형적인 정보를 분석한다. 에너지 낭비가 심하거나 절감이 필요한 건물을 찾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설비투자를 방지하고, 투자 대비 에너지를 최대한 절감하고 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김 대표는 "에너지 맵은 건물별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고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가시화한다"며 "동시에 그에 맞는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제시한다. 실제 투자 대비 효과를 사전에 예측하는 진단 기술을 통해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맵은 단순히 '건물주'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에너지 맵은 사무실 근무 인원에 맞춰 조명을 끄고 켜거나 냉난방 온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도록 알려준다. 학교·공장 등 시설별 예상 최대 전력량(피크)에 따라 에너지 사용을 원격 제어할 수도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에너지 사용 요금을 줄일 수 있고, 설비 업체 입장에서는 설비가 필요한 건물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게 한다. 누구나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절감하게 돕고 불필요한 설비가 아니라 꼭 필요한 설비를 하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다.
김 대표는 "나인와트의 에너지 맵과 진단 솔루션을 통해 공급자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소비자 중심의 해결책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아프면 병원이나 약국에서 올바른 진단을 통해 처방이나 수술을 진행하는 것처럼 에너지·탄소 감축 또한 올바른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인와트는 이미 유명 카페와 패스트푸드 체인을 대상으로 지점들의 에너지 절감을 돕고 있다. 현재 인천 송도 지역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건물 단위로 에너지 실태를 진단하는 서비스, 도시 단위로 진단하고 문제 건물을 찾아내는 서비스를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스퀘어브릿지 인천과 함께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송도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는 현재 에너지 상태를 파악하고 실현 가능한 탄소감축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모든 지자체는 에너지·환경보조금 지출 시 조건만 맞으면 선착순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절감 효과보다는 보조금이 떨어지기 전에 많이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찾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시 단위로 에너지를 진단해 문제가 있는 건물을 찾고 해당 건물을 대상으로 최고 효율의 절감 방법을 추천해 이를 지역 사업자와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지자체, 공공기관, 다수 지점과 체인을 보유한 사업자에게 나인와트의 솔루션을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원문 :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12/1138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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