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촬영의 신세계를 연 비브스튜디오스 김세규 대표가 말하는 메타버스
팬데믹 탓에 로케이션 촬영이 어려워진 지금 유독 주목받는 컴퓨터그래픽 통합 솔루션 스튜디오가 있다. 홍대의 어느 밤거리에서 아일랜드의 해안 절벽으로 순식간에 촬영 로케이션을 바꾸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서다. 세상의 모든 장소를 디지털로 아카이빙하고 싶다는 비브스튜디오스의 김세규 대표를 만났다.
BYESQUIRE2021.07.10
Q. 그러니까 VIT를 이용하면 배우 또는 촬영감독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CG 배경을 보면서 작업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배우가 초록색 허공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LED 화면에 비추어진 이미지와 교감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배우 따로 배경 따로 작업해 합치는 게 아니라, 미리 배경을 준비한 뒤 배우가 그 안에서 연기하는 셈이다. 연기자 입장에서도 연기에 몰입하기 더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Q. 기존 방식에 비해 얼마나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나?
얼마 전 박은석 배우와 함께 자체 제작한 단편영화 〈더 브레이브 뉴 월드〉를 예로 들면 최소 5분의 1에서 최대 10분의 1까지 촬영 일수를 줄였다고 자신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케이션이 7~8군데이고 촬영 회차로 따지면 30회짜리 촬영이었다.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장면까지 있었으니 고전적인 방식의 촬영이었다면 해외 로케 촬영을 포함해 50일은 걸렸을 거다. 하지만 VIT를 이용한 스튜디오 촬영으로 6일 만에 끝냈다. 획기적이지 않나?
Q. 기술적 완성도는 어느 수준인가? 마우스 커서만 몇 번 움직이면 맑았던 날씨가 흐려지는 것도 가능한가?
당연하다. 태양을 시간대별로 조절할 수도 있다. 혹은 구름이 끼게 하거나 비가 내리는 것도 간단하다. 공간 자체를 바꾸는 것도 10분이면 충분하다. 저장해놓은 배경을 불러오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0분이면 아일랜드의 거대한 절벽 위에서 서울의 어느 밤거리로 로케가 바뀐다는 말이다. 하지만 VIT의 핵심은 LED에 투영되는 그래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카메라 워킹에 따라 배경도 함께 움직이도록 하는 데 있다. 그래야만 정지되어 있는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공간 같은 생생함을 만들어낼 수 있다.
Q. 해외 로케 촬영이 막힌 요즘 유용할 것 같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Q. 제작자 입장에선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건 아닌가?
필요한 가상공간의 스케일이나 종류, 난이도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건 수십 명의 스태프와 아티스트를 데리고 해외에 나가 촬영하는 것보단 훨씬 저렴하다. 서울 근교의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촬영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소속사 입장에선 큰 메리트다.
Q. 그러고 보니 스튜디오가 꽤 심플하다. 오늘 촬영 때문에 정돈을 따로 했나?
(웃음) 평상시와 같다. 인물 조명 몇 개를 제외하면 LED 화면과 카메라가 전부다. 자동차가 달리는 장면을 찍을 때 사용하는 장치도 한쪽에 있다. 거의 모든 이미지 구현을 LED 화면을 통해 디지털로 처리하기 때문에 기존의 영상 스튜디오보다 깔끔한 편이다.
Q. 바닥에 깔려 있는 글자와 무늬는 뭔가?
일종의 디지털 좌표다. VIT를 사용해 촬영할 때 바닥에 표시된 이 좌표를 활용해 동선을 정한다.
Q. LED 스크린 크기는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조금 작아 보인다.
촬영에 따라 LED 크기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LED를 더 많이 설치하면 더 큰 스크린이 된다. 아직은 촬영 때마다 LED를 렌트해 사용하고 있는데, 조만간 아예 구매할 작정이다. 그동안 구매를 미뤄온 까닭은 만족스러운 스펙의 하드웨어가 없었던 탓이다.
Q. B2B로 CG 기술을 제공하는 것 외에 XR(VR과 AR을 포함한 확장현실)을 이용한 콘텐츠 제작에도 힘쓰고 있다고 들었다.
〈볼트〉라는 VR 영화를 만들었다. 국내 VR 작품으로는 최초로 미국에서 VR 애니메이션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가장 파급력이 컸던 건 지난해 방영된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였던 것 같다.
Q. 〈너를 만났다〉의 유튜브 조회 수가 2700만 회가 넘는다. 딸을 잃은 어머니가 VR을 통해 딸과 재회하는 설정이 많은 사람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화제가 될 걸 예상했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내부적으론 아쉬움이 많이 남은 작업이다. 취지가 좋고 색다른 도전이라 참여했지만 제작비가 한정되어 있던 탓에 최상의 퀄리티를 끌어내지 못했다. 퀄리티만 놓고 보면 비브스튜디오스가 발휘할 수 있는 것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방영 직전까지 노파심이 컸다. 하지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너를 만났다〉가 비브스튜디오스의 변곡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Q. 외신에서도 뉴스로 다뤘던 걸로 안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시청률을 위해 참가자의 아픔을 이용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도 제작 과정에서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 VR을 통한 짧은 만남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완전히 헤아린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방송 이후 PD가 어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VR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었다고 알고 있다.
Q. 유사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가? 예전 인터뷰를 보니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를 가상현실 기술로 복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었다.
〈너를 만났다〉의 성공 이후 유사한 제의가 많았다. 〈너를 만났다〉가 굉장히 슬픈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다음 프로젝트로는 밝고 신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유명 아티스트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대중은 그들의 뮤직비디오나 영화를 계속해서 즐긴다는 점에 착안했다. 사람들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유명 아티스트를 가상현실로 복원하면 흥행할 것 같았다. 복원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큰 공연장을 빌려 오프라인 형태의 공연을 여는 것까지 구상했었다.
Q. 마치 BTS 멤버 슈가를 MAMA 무대에 가상으로 구현했던 것처럼 말인가?
맞다. 이미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금지되면서 무산됐다. 게다가 저작권 혹은 초상권에 대한 문제도 생각보다 복잡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고(姑) 장국영 배우의 라이선스를 가진 회사와 접촉한 적도 있다. 언젠가는 꼭 다시 해보고 싶은 콘텐츠다.
Q. 여러 콘텐츠 제작 사업을 하면서 얻은 교훈이 있나?
뭐가 대박이 날지 정말 모른다는 것.(웃음) 비브스튜디오스가 〈너를 만났다〉를 계기로 유명해진 것은 맞지만, 우린 그전부터 다양한 콘텐츠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앞서 말한 VR 영화 〈볼트〉도 그렇고 배틀그라운드에 들어간 시네마틱 영상도 전부 우리 작품이다. NC, 넥슨, 컴투스와도 협업했다. 그런데 아무도 우리를 몰랐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MZ세대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것 같다. 뛰어난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만 하면 팔로어와 좋아요가 알아서 따라오는 줄 알았다.
Q. R&D 분야에만 집중해도 B2B 사업을 전개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 않나?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콘텐츠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뭔가?
개인적인 이유와 사업적인 이유가 있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고 무언가 만드는 데 흥미를 느꼈다. CG 프로덕션에 발을 들이기 전 ‘C-KIDS’라는 록밴드에서 기타리스트를 한 것도 그래서다. 어떤 곡을 만들 때 아이디어를 짜고 스케치를 하고 작곡에 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이 무척 즐거웠다. 최근까지도 ‘블루 니어 마더’라는 사회인 밴드에서 활동했다.
Q. 사업적인 이유는?
홍보 효과가 크다. 비브스튜디오스가 생긴 지 18년이나 됐지만 이렇게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된 건 고작 1년 남짓이다. 10여 년간 업계 사람들만 비브스튜디오스를 알다가 〈너를 만났다〉와 BTS 무대 덕분에 이젠 일반인도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에스콰이어〉와 인터뷰하고 있는 것도 그 덕분 아닐까?
Q.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와도 이어지는 것 같다.
‘비버스(Viverse)’가 비브스튜디오스와 메타버스를 합친 말이다. 일종의 가상공간 테마파크라고 생각하면 된다. VIT 촬영을 위해 제작한 가상현실이 테마파크를 만드는 주춧돌이 된다. 궁극적으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등장하는 가상현실 수준만큼 만드는 게 목표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순 없다. 디즈니랜드에 가면 다양한 테마의 어트랙션 구역이 있는 것처럼 비버스에도 여러 즐길 거리를 만들 예정이다. 차이점이라면 디즈니랜드는 하나의 어트랙션을 기획하고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리지만 우린 몇 개월이면 충분하다.
[출처 : 에스콰이어 코리아]
https://www03.esquirekorea.co.kr/article/56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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