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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소식] SVB의 도산, 사이버 보안과 테크 분야 스타트업들에 어떤 의미인가

이호스트ICT 2023. 3. 18. 08:50



SVB의 도산, 사이버 보안과 테크 분야 스타트업들에 어떤 의미인가

테크 분야의 기업들의 자금 고민을 해결해 주던 은행이 문을 닫으며 주말 동안 큰 파장이 일었다.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아직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스타트업들의 경우, 성공하기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지난 주말 미국의 SVB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테크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었다. SVB는 ‘실리콘 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의 준말로, 신생 테크 기업들이 사업 자본을 마련하고 융통하는 데 주로 이용했던 금융 조직이었다. 미국에서 16~17번째로 큰 은행이라는 집계가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기도 했다.

[이미지 = utoimage]



SVB의 파산이 금융권과 테크 분야 전체로 퍼지며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빠르게 움직여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은행 하나가 갑자기 사라지며 금융 시스템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미국 은행들과 테크 분야 전문가들은 아직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신규 스타트업일수록 타격을 크게 입을 것
“대출한도(line of credit)나 벤처 대출(venture debt) 형태로 금융 지원을 받는 것이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젊은 스타트업들에는 더욱 그럴 겁니다.” 테크 분야 캐피탈 업체인 앨리지스사이버캐피탈(AllegisCyber Capital)의 창립자 롭 애커만(Rob Ackerman)의 설명이다. “스타트업들이 자본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SVB였습니다. 그 중요한 선택지 하나가 사라진 것이니, 신생 사업자들에게는 꽤나 힘든 날들이 시작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SVB는 지난 주중까지만 하더라도 2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대형 은행이었다. 보유한 예금의 규모도 1750억 달러로 나름 건실한 편이었다. 하지만 3월 8일 은행은 “최근 몇 년 동안 증권을 다량으로 매입했으며 18억 달러의 손해를 입었다”고 발표했고, 이어서 “돈을 인출하려는 예금주들에게 돈을 지불하기 위해 225억 달러를 공모할 예정”임을 알렸다. 은행이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시그널과 같았다.

그러자 투자자들과 은행 고객들이 이른 바 ‘뱅크런’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너도 나도 은행으로 가 인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24시간 만에 SVB에서 42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로써 SVB는 3월 9일자로 9억 5800만 달러의 빚을 진 상황이 됐다. 다음 날인 3월 10일, 연방 기관이 나서서 SVB의 자산을 동결시켰고,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 이후 최악의 금융 사고로 기록됐다.

피해가 퍼지지 못하게
주말 동안 미국의 연방예금보호공사(FDIC)는 관제인 자격으로 새로운 단체를 하나 급하게 만들었다. 산타클라라예금보험국립은행(Deposit Insurance National Bank of Santa Clara)이었다. 그리고 SVB의 모든 예금을 그리로 옮겼다. 3월 12일 미국 정부는 은행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걸 막기 위해 3월 13일 월요일부터 예금주들에게 예금을 돌려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SVB와 함께 붕괴된 시그니처뱅크(Signature Bank)의 고객에게도 같은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했다.

분석가들은 SVB의 몰락이 그 무엇보다 테크 분야에 큰 짐을 지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애커만은 “신기술과 관련된 금융 생태계에서 SVB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말하며 “사이버 보안 분야 역시 SVB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테크 스타트업들에 가장 깊은 영향력을 미치는 단일 단체를 꼽으라면 열 명 중 여덟 명은 SVB를 택했을 겁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영국의 기업들도 SVB와 이런 저런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현대의 투자 행위, 다시 평가해야 할까
IT 업체 IT하베스트(IT-Harvest)의 수석 분석가인 리차드 스티에논(Richard Stiennon)은 “사이버 보안 업계의 경우 약 500개의 조직이 SVB를 통해 자금을 융통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참고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만 640개가 넘는 보안 기업이 존재한다고 한다. SVB의 파산 소식이 날아들면서 이 보안 기업들 대다수가 당장 급여 지불을 할 수 없게 됐고, 이 때문에 회사 경영을 이어갈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그래서 주말 동안 어디서든 급한 자금을 마련하려고 경영진들이 부지런히 뛰어다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험을 통해 많은 테크 분야 기업가들이 투자의 방식, 자금 융통의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될 것이라고 스티에논은 예측한다. “당분간 사이버 보안 분야에 대한 새로운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2023년 1월과 2월, 보안 분야의 신규 투자 규모가 확 줄어들기도 했었고요. 팬데믹 기간 동안 한창 올라가다가 다시 2020년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번 사건이 더 뼈아픈 이유입니다.”

스티에논은 “SVB의 대출 조건이 그렇게 까다로운 편이 아니었다”며 “이 때문에 테크 및 보안 기업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자유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을 이어간다. “이제 막 세를 늘리기 시작한 스타트업이라면,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중단도 고려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당장 실적을 더 많이 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운영 비용 절감도 대폭 해야 할 것이고요. 그러면서도 또 다른 투자자들을 계속 찾아야 할 겁니다.”

위험 부담 분산시키기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자본을 예치한다고 했을 때, 한 곳에 집중하는 행위에 대해 다시 평가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애커만은 “SVB보다 더 큰 금융 기관을 선택하는 곳이 많아지고, 예산을 여기 저기 분산시킬 것도 예상된다”는 의견이다. 분석가들도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이 대출을 위해 이전과 다른 곳의 문을 두드리고, 자금 조달을 다른 방법으로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보안 스타트업들이 이런 사고 한 번에 휘청인다는 걸 고객들이 알게 되었으니, 소비자들조차 더 유명하고 더 덩치가 큰 보안 업체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애커만은 말한다.

포레스터(Forrester)의 분석가인 제프 폴라드(Jeff Pollard)는 “벤더사를 결정할 때 자본 규모와 재정의 건정성을 보다 꼼꼼하게 확인하려는 고객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보안 기술력을 확인하는 건 당연하고, 이제는 금융 위기 상태에서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도 평가 대상이 된다는 것이죠. 장기적인 패턴으로 남을지, 단기적인 현상이 될 것인지는 아직 예측이 어렵습니다.”

폴라드는 “SVB는 테크 스타트업들의 상황을 잘 이해해 주는 금융 기관이었고, 테크 분야 기업가들이 파트너로 삼기에 꽤나 좋은 상대였다”고 설명을 이어간다. “다만 돈이 아니더라도, 테크 분야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힘든 일입니다. SVB가 사라졌기 때문에 테크 기업가들은 이제 또 다시 테크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요청을 잘 수행해줄 만한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스타트업들에 가혹한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3줄 요약
1. SVB가 무너지면서 테크 분야에 공포감 확산됨.
2. 미국 정부의 움직임으로 급한 불을 끄긴 했으니 불씨까지 사라진 것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음.
3. 앞으로 금융 처리와 예산 확보와 관련된 풍조가 바뀔 가능성 있음.





출처 : 보안뉴스  /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https://www.boannews.com/media/view.asp?idx=115117&kin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