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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소식] 우크라와 통가에 '인터넷' 선물한 소형위성…왜 10000개나 필요할까 [한입과학]

이호스트ICT 2022. 3. 23. 19:09

 

 

사진설명지구 상공 550km 궤도에 떠있는 2000여개의 스타링크 위성들. 빨간 점이 현재 통신망을 제공하고 있는 위성, 녹색 육각형이 위성 1대가 커버하는 영역이다. [사진 = satellitemap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월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인근에서 발생한 해저화산 폭발, 현재 진행형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 존재감을 한껏 발휘한 첨단 기술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입니다.

스페이스X는 통신 인프라를 잃은 두 나라에 스타링크용 지상 장비를 제공해 통신망 복구를 도왔습니다. 그간 수많은 위성을 쏘아 올린 탓에 위성 궤도에 교통 체증을 일으키고 천문 관측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스타링크는 이번 기회를 통해 위성인터넷의 장점과 필요성을 전 세계에 보여줬죠.



◆ 소형위성은 떠다니는 기지국…속도 높이려면 '쪽수'로 밀어붙여야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때는 지상통신망을 이용합니다. 땅 위에 세워진 기지국과 스마트폰이 전파를 주고받으며 통신하는 방식입니다. 기지국만 있으면 통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산간지역, 사막, 개발도상국 등 기지국을 세울 수 없는 소외지역에서는 인터넷을 쓸 수 없다는 건 단점이죠. 전파가 산이나 건물의 방해를 받으면 종종 접속이 끊긴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위성인터넷은 기지국 역할을 위성이 대신하는 통신 서비스입니다. 위성과 사용자 간 통신을 중개하는 지상 장비만 있으면 어디서든 인터넷을 쓸 수 있죠. 위성이 우주에 떠있기 때문에 지형에 제약을 받을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점이 빛을 발하려면 통신 속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적어도 기존 통신망과 속도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어야 사람들이 쓰려고 할테니까요. 스페이스X는 이를 위해 무게가 227kg인 '저궤도' 위성을 활용합니다.

저궤도 위성은 고도 160~2000km 상공에서 움직이는 위성입니다. 저궤도는 중궤도(2000~3만6000km)와 정지궤도(3만6000km 이상) 대비 지구에서 가깝기 때문에 전파가 오가는 시간이 짧습니다. 그래서 지상통신망 못지않은 통신 속도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테스트'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스타링크의 인터넷 속도는 미국 기준 초당 104.97Mb, 통신지연시간은 0.04초입니다. 스타링크가 공시한 속도 범위(초당 100~200Mb)에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작년 세계 모바일인터넷 속도인 56.74Mb의 2배에 가깝습니다.

참고로 스페이스X로부터 스타링크용 지상 장비를 제공받은 우크라이나 개발자 올레그 쿠트코브가 우크라이나 집에서 인터넷을 연결했을 당시 속도는 초당 136.76Mb였습니다.

 

사진설명스타링크 위성으로부터 전파를 수신하는 지상 장치. [사진 출처 = 스페이스X]

 

그런데 저궤도 위성으로 지구 전역에 통신망을 제공하려면 많은 수의 위성이 필요합니다. 손전등과 벽 사이의 거리가 짧을수록 빛이 닿는 면적이 줄 듯 위성이 지구 가까이에 있을수록 위성 1대당 전파가 닿는 영역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이때 영역의 넓이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거리가 2분의 1이 되면 영역의 넓이는 4분의 1이 되는 식이죠. 예컨대 스타링크의 위성은 대부분 550km 고도에 떠있는데 이는 정지궤도 고도(3만6000km)의 약 65분의 1이므로 위성 1대가 커버하는 영역의 넓이는 정지궤도 대비 4225분의 1까지 줄어듭니다.

정지궤도 위성 1개가 지구의 약 34%를 커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구 전역을 커버하려면 총 3대 이상이 필요한데, 저궤도에서는 이보다 약 4000배인 1만대 이상이 필요한 셈이죠.

스페이스X에 따르면 스타링크에 필요한 소형위성 수는 총 1만1943개입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18년 5월부터 1회 60개씩 쏘고 있는데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가장 최근 발사는 이달 19일 오전 12시 42분(현지 시각)로 총 53개의 소형위성이 팔콘9 로켓에 실려 발사됐습니다.

현재 스타링크용 소형위성은 총 2335개가 발사됐고, 고장 나거나 궤도에서 이탈한 위성을 제외한 1575개가 가동 중입니다. 오는 2027년이면 계획된 모든 소형위성이 저궤도에 도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 천문관측 방해, 우주쓰레기 문제 숙제 남아

지구에 가까울수록 중력이 커지기 때문에 스타링크용 소형위성은 추락하지 않도록 90분에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속도로 움직입니다. 이 때문에 위성에서 나온 빛이 천체 관측을 방해하는 일이 일어나는데 이 때문에 미국의 한 천문연구 단체에서 성명을 낸 적도 있죠. 또 기능을 상실한 위성들이 궤도에 떠다닐 경우 기존 위성 또는 향후 발사될 위성과 부딪히는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링크 위성에 차양막 역할을 하는 선바이저를 달아 태양빛을 반사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이 장치를 장착한 위성 57대를 2020년 8월 처음 발사했습니다. 또 수명이 다한 위성은 약 4주 만에 궤도를 이탈하도록 설계해 빠르게 연소되어 사라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연구 중입니다.

 

사진설명스타링크 위성에서 나온 빛이 남긴 흔적(가로선). 위성들은 90분 간격으로 지구를 공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CNBC에 따르면 2020년 10월 스타링크의 베타 서비스가 시작된 후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 25개국에서 14만5000명이 스타링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는 아직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데 최근 일본의 한 통신사가 스페이스X와 올해 스타링크를 사용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전해졌습니다.

한국은 초고속통신망이 잘 형성돼 있어 스타링크의 경쟁력이 없어 보이지만, 향후 아시아 지역 서비스가 시작되고 한달에 12만원 가까운 이용료가 줄어든다면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테스라를 통해 전기차를 대중화시킨 것처럼 스타링크를 통해 위성인터넷을 대중화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원문: https://www.mk.co.kr/news/it/view/2022/03/262761/